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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Space/Text

확실치 않은 언어들 Ⅹ_다이어그램(Diagram) 해석의 도구에서 생성의 주체로. VISIO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있다. “VISIO 2003은 복잡한 개념, 프로세스, 시스템을 문서화하고 구성하는 비즈니스 및 기술 다이어그램을 만들 수 있는 다이어그램 프로그램입니다. … 분명하면서도 간략하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정보를 가시화하고 전달할 수 있습니다.” 아마 다이어그램의 보편적 의미가 모두(?) 설명되고 있는 것 같다. 다이어그램의 고전적 정의는 그 어원대로 ‘전체를 관통하는dia 쓰기·새기기gram=graphein’이며 비가시적인 정보를 가시화하여 나와 또 남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건축에서의 의사결정이란 무수히 많은 변수들에 대한 효과적 통제행위다. 변수들의 과잉상태를 조절하여 통제 가능한 상태로 안정화 시키는 일이다. 그 과정 중에 우리는 쉽게 어떤 .. 더보기
확실치 않은 언어들 Ⅸ_한국성(Koreaness) 확실치 않은 언어이기 보다는 배경과 목표에 맴돌이를 반복하는……. 21세기의 초입에서도 자신을 향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사회가 있다. 또 어떤 다른 사회나 국가가 지금 그와 같은지 나는 알지 못한다. 계간 「역사비평」 여름호는 새로운 세기의 사구체론사회구성체론을 이슈로 내걸었다. 80년대의 사구체 논쟁은 한국 자본주의의 성격에 대한 엄밀한 분석을 통해 사회 변혁의 가능성을 밝히겠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출발하였다. 각 학문의 개별영역을 뛰어넘어서 진행된 이 논쟁은 사회주의 체제의 붕괴, 한국사회의 정치지형의 변화 그리고 각종의 탈근대 논의가 수입되면서 이 논쟁에 대한 잠정적인 결론도 생산하지 못한 채 종결되었다. 그 끝 지점에 IMF의 위기가 있었고 우리의 체제는 많은 부분들에서 빗장이 풀어지게 되었다.. 더보기
확실치 않은 언어들 Ⅷ_근대와 현대(modern & modern(contemporary)) 같은 ‘모던modern’의 번역어이면서도, 그러나 이 땅에서 특히 모호한…….우리는 지금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가? 또는 어떤 시대를 지향하려 하는가? 뜬금없는 질문이다. 근대와 현대. 하룻저녁 입을 열면 열 번도 넘게 뱉어질 것이다. 뱉어지는 맥락 속에서 의미는 만 갈래로 뻗는다. 그토록 많은 갈래들 속에서도 참으로 묘하게 대화는 흘러간다. 역사학에서의 ‘근대’란 시간을 가르는 용어로써 ‘중세’ 이후를 말한다. 하지만 지역의 맥락에서 각기 다르다. 넓은 의미에서 서양의 근대란 인본주의의 르네상스와 함께 시작되거나 시민사회가 성립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17~8세기 이후가 된다. 반면 동양의 근대는 1860년(일 : 메이지 유신) 또는 1840년(중 : 아편전쟁)이 그 기준이다. 한국의 분류에서는 1876년.. 더보기
확실치 않은 언어들 Ⅶ_텍토닉(Tectonic) 텍토닉의 말해지는 위상은? 건축으로 접근하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다. 추상적인 관념에 따라 형태와 공간이 먼저 결정되고 재료와 구조 등 물질적인 요소의 선택이 따르는 관념이 앞서는 길이 있다. 반면에 온갖 물질적인 것들이 관념을 앞서는 길, 그것들의 속성에 따른 공간과 형태가 드러나고 상세가 결정되어 나가는 길이 있다. 나 자신은 주로 전자에 속한다. 하지만 가끔 관념에 지칠 때, 혹은 물질에 매료될 때 - 광주비엔날레에서의 비닐하우스가 그랬다. - 건축을 풀어나가는 다른 선택에 유혹을 느끼기도 한다. 그 둘이 서로 대립적인 길은 아닐 것이다. 과연 어느 한 길이 순수하게 작업의 전 과정을 지배할 수 있는지……. 지난해부터 두세 달에 한 번씩 유럽과 아시아의 젊은 건축가 20명으로 이루어진 뉴 트렌드 인.. 더보기
확실치 않은 언어들 Ⅴ_공동체(Community) ‘공동체’, 가려서 쓰자.건축가는 대체로 낙관주의자optimist이며 인도주의자humanitarian이고 전체주의자totalitaranian들이다. 건축이 그렇게 만든다. 공동체, 그보다도 커뮤니티, 수도 없이 말해진다. 공동주거에서 말해지고 오피스빌딩에서 말해지고 거리와 광장에서도 말해진다. 아주 쉽게 그렇게 말한다. 그것으로 현대 사회가 가진 많은 그늘들을 덮을 것이라 믿는다. 공동체에 반하는 어휘인 개인 또는 자유는 적어도 건축에서는 차악(次惡)이다. 개인이 공동체의 억압(?)으로부터 겨우 빠져나왔던 역사적 과정에 대해서는 별무관심이다. 오늘날 치열하게 전개되는 공동체주의와 자유주의 사이의 논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농경사회에서 불분명했던 토지의 사적 소유가 근대사회로 넘어오며 드디어 규명, 보.. 더보기
확실치 않은 언어들 Ⅳ_일상(Everyday Life) ‘도시의 일상’, 알기는 알겠지만…….‘도시의 일상’, ‘일상의 신기루’, ……. 주말 전시회 기사에서 쉽게 발견되는 제목들이다. 서점의 서가에서는 ‘일상’의 표제와 부제가 쉽게 뜨인다. ‘일상의 발견’, ‘일상의 사회학’ 등등. ‘일상생활에 대한 섬세한 묘사…….’ 따위의 글도 문학상의 심사평에서 역시 자주 보게 된다. 홍상수의 영화도 있다. 문득 ‘일상’이란 단어가 이제 어떤 권력을 얻은 듯 하다. 일상을 담았다는 건축이야기도 쉽게 듣는다. 일상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그것을 반영하라는 주문도 받는다. 담을 수 있는 일상이 특별히 따로 있는지. 아니 반어의 의미로 봐서 따로 있기는 있다. 이를테면 목소리가 높은 건축들은 때로 많이 비일상적이다. 무엇인가를 기념해야 하고, 상징해야 하고, (권력을) 드러내.. 더보기
확실치 않은 언어들 Ⅲ_컨텍스트(Context) 컨텍스트라는 말은 이 나라 도시에서 아직 유효한 말인가? 유효하되 다른 맥락에서 논의되어야 하는 말인가? 고(高) 컨텍스트의 사회와 저(低) 컨텍스트의 사회가 있다고 한다. 이를테면 발신자와 수신자가 정보, 사회적 통념 등에 공유하고 있는 부분이 많아 아주 작은 의사교환으로도 발신자의 의도를 정확히 읽어낼 수 있는 사회를 고 컨텍스트의 사회라 한다면 저 컨텍스트의 사회에서는 서로 간에 공유하는 바가 적어서 비교적 많은 단어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하여야만 의도한 바가 정확히 전달된다는 것이다. 척하면 알아듣는 고 컨텍스트의 사회로는 일본이 가장 앞에 서 있으며 그 다음에 중국과 한국이 자리한다고 한다. 그리고는 아프리카 및 아랍, 라틴 국가들, 프랑스, 영국, 미국 그리고 제일 마지막에 스위스, 독.. 더보기
확실치 않은 언어들 Ⅱ_컨셉(Concept) 네 작업의 개념은 무어냐?’라는 말이 부르는 생각들. 개념concept이라는 말 또한 우리 주변에서 아주 쉽게, 그리고 또 흔히 쓰이는 말이다. 그 과제를 그 결과로 이끌어 온 나의 주된 생각은 이러하다 또는 너의 주된 생각이 무엇이냐 라는 답변과 질문인 듯 사용되고 있다. 복잡한 과제를 풀어내기도 어려운데 그것을 풀어낸 어떤 주요한 생각을 말과 글로, 그것도 필살의 용어나 문구로 풀어내야 하는 일종의 압력이라도 있는 듯하다. 하지만 소위 개념이라는 것이 과연 작업 과정 중에 있기는 있었던가 싶기도 하고 때로는 슬쩍 근사한 합리화justification를 위해 골머리를 썩이기도 한다. 잡지에 실리는 작업을 그럴듯하게 만들기 위한 고민과 현상설계의 설명서를 써 나가기 위해서 벌어지는 현장의 고민들이 있고,.. 더보기
확실치 않은 언어들 Ⅰ_리얼리티(Reality) 대상이 가진 리얼리티’라고 말할 때 대체 그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이며 무엇을 말하지 않는 것인가?건축과 도시를 둘러싼 논의들이 꽤나 뜨겁다. 건축에 도시를 담는 일과 건축을 있도록 만드는 도시 그 자체에 관해서이다. 오랜 시간 동안 건축내부로만 닫혀 지내온 논의들에 대한 성찰이기도 하다. 도시에 관한 논의와 탐색은 도시에서 끝나지 않으며 건축을 생성시키는 방법에 대한 모색에까지 이른다. 데이터, 데이터 스케이프, 다이어그램, 코라 그리고 프로그램 등등. 자의적인 듯도 하지만 때로는 컴퓨터의 힘을 빌린 객관화된 자동생성과정인 듯 설명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와 같이 도시로 향하는 시선이 늘어나는 것은 건축을 보다 더 사회와 얽히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건강하고 다행한 일일 수도 있다. 도시로 향하는 시선은 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