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언어 썸네일형 리스트형 확실치 않은 언어들 XI_풍경(-scape) 불확실한 시대를 가로지르는…? 늦은 10월 아침 7시, 양각도 호텔 40층은 출렁이는 구름 위에 떠있었다. 그리고 점점 도시의 윤곽이 드러났다. 급기야는 강변의 숲과 그 그림자마저 볼 수 있었다. 오랜 시간 확인하고자 했던 그 모습들이었다. 남쪽의 도시들에 비해 훨씬 더 많은 녹지를 가진, 수많은 상징으로 이루어진, 그리고 백지 위에 그려진 사회주의적 ‘배치의 도시’, ‘존재의 도시’였다. 관찰은 쉬었으나 해석의 무거움이 압박을 해왔다. 다음날 묘향산의 아침은 서쪽으로 난 창문으로 들어왔다. 그저 설악동의 아침처럼, 어디와 다를 바 없는 익숙한 경치. 가을 산의 색깔들이 엷은 빛 속에 점점 분명해졌다. 하루 내 산을 오르며 지금 어느 산 어느 골짜기를 걷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곳에 있는 자신과 주.. 더보기 확실치 않은 언어들 Ⅹ_다이어그램(Diagram) 해석의 도구에서 생성의 주체로. VISIO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있다. “VISIO 2003은 복잡한 개념, 프로세스, 시스템을 문서화하고 구성하는 비즈니스 및 기술 다이어그램을 만들 수 있는 다이어그램 프로그램입니다. … 분명하면서도 간략하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정보를 가시화하고 전달할 수 있습니다.” 아마 다이어그램의 보편적 의미가 모두(?) 설명되고 있는 것 같다. 다이어그램의 고전적 정의는 그 어원대로 ‘전체를 관통하는dia 쓰기·새기기gram=graphein’이며 비가시적인 정보를 가시화하여 나와 또 남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건축에서의 의사결정이란 무수히 많은 변수들에 대한 효과적 통제행위다. 변수들의 과잉상태를 조절하여 통제 가능한 상태로 안정화 시키는 일이다. 그 과정 중에 우리는 쉽게 어떤 .. 더보기 확실치 않은 언어들 Ⅸ_한국성(Koreaness) 확실치 않은 언어이기 보다는 배경과 목표에 맴돌이를 반복하는……. 21세기의 초입에서도 자신을 향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사회가 있다. 또 어떤 다른 사회나 국가가 지금 그와 같은지 나는 알지 못한다. 계간 「역사비평」 여름호는 새로운 세기의 사구체론사회구성체론을 이슈로 내걸었다. 80년대의 사구체 논쟁은 한국 자본주의의 성격에 대한 엄밀한 분석을 통해 사회 변혁의 가능성을 밝히겠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출발하였다. 각 학문의 개별영역을 뛰어넘어서 진행된 이 논쟁은 사회주의 체제의 붕괴, 한국사회의 정치지형의 변화 그리고 각종의 탈근대 논의가 수입되면서 이 논쟁에 대한 잠정적인 결론도 생산하지 못한 채 종결되었다. 그 끝 지점에 IMF의 위기가 있었고 우리의 체제는 많은 부분들에서 빗장이 풀어지게 되었다.. 더보기 확실치 않은 언어들 Ⅷ_근대와 현대(modern & modern(contemporary)) 같은 ‘모던modern’의 번역어이면서도, 그러나 이 땅에서 특히 모호한…….우리는 지금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가? 또는 어떤 시대를 지향하려 하는가? 뜬금없는 질문이다. 근대와 현대. 하룻저녁 입을 열면 열 번도 넘게 뱉어질 것이다. 뱉어지는 맥락 속에서 의미는 만 갈래로 뻗는다. 그토록 많은 갈래들 속에서도 참으로 묘하게 대화는 흘러간다. 역사학에서의 ‘근대’란 시간을 가르는 용어로써 ‘중세’ 이후를 말한다. 하지만 지역의 맥락에서 각기 다르다. 넓은 의미에서 서양의 근대란 인본주의의 르네상스와 함께 시작되거나 시민사회가 성립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17~8세기 이후가 된다. 반면 동양의 근대는 1860년(일 : 메이지 유신) 또는 1840년(중 : 아편전쟁)이 그 기준이다. 한국의 분류에서는 1876년.. 더보기 확실치 않은 언어들 Ⅵ_프로그램(Program) ‘프로그램’, 무엇을, 어디까지를 말하는가? 영화 매트릭스의 아키텍트가 말한다. “운명을 피하지 못한다는 것은 모든 인간들의 타고난 불완전함만큼이나 명백한 일일세. 그래서 나는 인간의 다양한 본성들을 더욱 정교하게 반영해온 자네들의 역사에 근거해 다시 디자인redesign하기로 했네.” 그는 모든 것을 프로그램한다. 심지어는 버그(네오 및 시온)와 바이러스(스미스 : 한 때는 백신이었던)까지도. 그리고 매트릭스라는 세상이 자체 진화해 나가는 프로세스까지도. 그의 손에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18세기, 서구사회는 급격한 변화의 가운데에 있었다. 변화하는 사회는 새로운 공공시설들을 필요로 했다. 극장과 병원이 필요했고 자본주의 발전에 따른 증권거래소, 철도역, 은행 그리고 대규모 숙박시설들이 만들어졌다. 시.. 더보기 확실치 않은 언어들 Ⅴ_공동체(Community) ‘공동체’, 가려서 쓰자.건축가는 대체로 낙관주의자optimist이며 인도주의자humanitarian이고 전체주의자totalitaranian들이다. 건축이 그렇게 만든다. 공동체, 그보다도 커뮤니티, 수도 없이 말해진다. 공동주거에서 말해지고 오피스빌딩에서 말해지고 거리와 광장에서도 말해진다. 아주 쉽게 그렇게 말한다. 그것으로 현대 사회가 가진 많은 그늘들을 덮을 것이라 믿는다. 공동체에 반하는 어휘인 개인 또는 자유는 적어도 건축에서는 차악(次惡)이다. 개인이 공동체의 억압(?)으로부터 겨우 빠져나왔던 역사적 과정에 대해서는 별무관심이다. 오늘날 치열하게 전개되는 공동체주의와 자유주의 사이의 논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농경사회에서 불분명했던 토지의 사적 소유가 근대사회로 넘어오며 드디어 규명, 보.. 더보기 확실치 않은 언어들 Ⅳ_일상(Everyday Life) ‘도시의 일상’, 알기는 알겠지만…….‘도시의 일상’, ‘일상의 신기루’, ……. 주말 전시회 기사에서 쉽게 발견되는 제목들이다. 서점의 서가에서는 ‘일상’의 표제와 부제가 쉽게 뜨인다. ‘일상의 발견’, ‘일상의 사회학’ 등등. ‘일상생활에 대한 섬세한 묘사…….’ 따위의 글도 문학상의 심사평에서 역시 자주 보게 된다. 홍상수의 영화도 있다. 문득 ‘일상’이란 단어가 이제 어떤 권력을 얻은 듯 하다. 일상을 담았다는 건축이야기도 쉽게 듣는다. 일상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그것을 반영하라는 주문도 받는다. 담을 수 있는 일상이 특별히 따로 있는지. 아니 반어의 의미로 봐서 따로 있기는 있다. 이를테면 목소리가 높은 건축들은 때로 많이 비일상적이다. 무엇인가를 기념해야 하고, 상징해야 하고, (권력을) 드러내.. 더보기 확실치 않은 언어들 Ⅱ_컨셉(Concept) 네 작업의 개념은 무어냐?’라는 말이 부르는 생각들. 개념concept이라는 말 또한 우리 주변에서 아주 쉽게, 그리고 또 흔히 쓰이는 말이다. 그 과제를 그 결과로 이끌어 온 나의 주된 생각은 이러하다 또는 너의 주된 생각이 무엇이냐 라는 답변과 질문인 듯 사용되고 있다. 복잡한 과제를 풀어내기도 어려운데 그것을 풀어낸 어떤 주요한 생각을 말과 글로, 그것도 필살의 용어나 문구로 풀어내야 하는 일종의 압력이라도 있는 듯하다. 하지만 소위 개념이라는 것이 과연 작업 과정 중에 있기는 있었던가 싶기도 하고 때로는 슬쩍 근사한 합리화justification를 위해 골머리를 썩이기도 한다. 잡지에 실리는 작업을 그럴듯하게 만들기 위한 고민과 현상설계의 설명서를 써 나가기 위해서 벌어지는 현장의 고민들이 있고,..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