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단상_현실을 현시하기 Presenting Reality 얼마 전에 진중권 씨의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휴머니스트, 2005」이란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가슴에 깊게 다가오는 글을 접할 수 있었다. 유쾌한 미학자라는 이 사람은 7가지 상상력 프로젝트라고 칭한 이 책을 마무리하면서 다음과 같이 적어두었다. “디자인은 상상을 현실로 실현하는 그림이다. 그것은 다시 한 번 이미 있는 것을 반복하는 재현 (representation)이 아니라, 이제까지 없었던 새로운 현실을 처음으로 있게 하는 현시 (presentation)다. 빌렘 플루서에 따르면 과거의 인간은 대상 object을 보고 그것을 머릿속의 표상, 책 속의 텍스트, 혹은 캔버스 위의 형상으로 재현하는 주체였다. 하지만 미래의 인간은 자신의 꿈을 앞으로 던져서 실현하는 .. 더보기 건축단상_상상력의 계획 Planning Imagination 근래에 많은 사람들이 미래를 움직이는 동력은 상상력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래서 예술가들의 놀라운 조형이나 메시지를 훌륭한 상상력의 표본으로 거론하며 그 새로움에 많은 관심과 연구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기괴한 이미지, 신기한 트릭, 새로운 방법론, 놀라운 해석 등등……. 물론 이런 새로운 물결에 딴지를 걸고픈 생각은 없다. 분명 상상력은 21세기를 끌어나갈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며 변화의 엔진이기 때문이다. 단지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상상력이라는 엔진을 돌리는 치밀한 논리와 체계적인 방법론이 상상의 이미지 뒤에 가려 어지간한 노력 없이는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1989년, 프랑스혁명 200주년을 기념해서 파리의 세느 강을 붉게 물들인 오십만 .. 더보기 건축단상_드로잉과 건축 Drawing and Architecture 드로잉drawing의 역사는 건축의 발전과 그 역사를 같이한다. 이집트의 벽화에서, 그리스의 부조에서도 드로잉의 흔적은 쉽게 찾을 수 있다. 건축가에게 드로잉은 오래된 우리만의 언어라고 해도 과장된 것은 아닐 것이다. 우선 드로잉의 정의를 하자면, 드로잉은 스케치sketch와는 성격을 달리한다. 건축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는 드로잉과 스케치를 혼용해서 쓰는 경우를 볼 수 있지만, 건축가에게 드로잉은 건축적 언어이며 약속이다. 14세기 이태리, 프랭크린 토커Franklin Toker의 산세도니Sansedoni 입면은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드로잉과 비교하면 물론 부족한 점이 많지만 스케치와 드로잉의 경계를 보여주는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다. 스케일..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 16 다음